Anodizing

송이영, 릴리 리

김세인 기획

2024. 2. 14 — 2. 23


From Lily to Yiyoung

이영, 나의 창이 상영하는 내 모습, 오늘도 섬세한 산화 피막을 두른 새 보철물을 하나 더 몸에 이식한 내 모습을 바라보다 네가 생각났어. 너라면 그 모습을 어떤 말로 설명할까? 너와 함께였던 세계의 어법에서라면, 그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수도 있겠고, 아니면 편집 툴 화면에서의 내 모습일 수도 있겠고, 어쩌면 그저 내 마음 속의 내 모습일 수도 있겠지. 그렇지만 정말로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런 구분이 의미를 잃은 세계를 살게 된지도 벌써 오래라는 거야. 너의 창에 그려진 문들이 이렇게나 푸르게 변하도록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니까. 부식된 문 표면의 흔적을 만져보면 세계가 유기적인 흔적을 남기며 변해왔다는 게 손끝으로 느껴진다면서, 그 흔적이 전하는 다른 세계의 감각을 너의 창에 옮겨내고 싶다 했잖아. 그렇게 네가 그려낸 문들은, 이제 지금의 나에게는 네가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부식된 문들과 다를 게 없게 됐어. 나는 네가 그린 문을 더듬어보며, 산화되어 벗겨지고 녹아내림으로써 비로소 열리는 세계도 있음을 실감해.


Anodizing
송이영, 릴리 리

음악   서정민
포스터   정효주
기획   김세인


𝒜𝓃𝑜𝒹𝒾𝓏𝒾𝓃𝑔
Song Yiyoung, Lily lee

Music by Seo Jeongmean
Poster by Jung Hyoju
Curated by Kim Sein